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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차(Lei Cha), 중국에서 말레이시아로 온 하카의 채식 요리

bevinda_ 2021. 6. 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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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채식 레스토랑을 처음 보고 신기했습니다. 왜냐하면 말레이시아에는 각종 고기와 해산물로 만든 요리들이 많기 때문에 채식 레스토랑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말레이시아의 화교는 채식을 하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구정 첫날에 채식을 합니다. 화교들은 구정 첫날에는 씻지 않고, 채식을 먹는 전통이 있습니다.

 

목차

1. 하카(Hakka) 사람

2. 레이 차(Lei Cha, 擂茶)

3. 허브 차, 맛의 비결

 


하카(Hakka) 사람

 

말레이시아에는 중국의 방언 중의 하나인 하카(Hakka, 客家, 객가) 언어를 사용하는 하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말레이시아에서 주로 이포(Ipoh)에 살고 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이포 가는 길, 한글 발음에 왜 '에포'인지 모르겠습니다.

 

이포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북쪽으로 차를 달려 2시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페낭(Penang, 유명한 관광지)까지 차로 운전을 한다면, 중간쯤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이포를 지나치면 바로 산길로 접어들기 때문에 이포 근처에서 보통 쉬어 가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포 자체는 관광지로 별로 유명하지 않아서 보통 지나가는 곳입니다. 이포의 동굴과 절이 유명하긴 합니다.

 

어쨌든 이포에서만 파는 또 다른 하카 음식인 '소금에 절인 치킨(Ipoh Salted Chicken)'을 사기 위해서 가끔 이포에 들립니다.

 

중국의 소수 민족 중에서 하카 사람들은 흡사 집시와 비슷한 사람입니다. 특정 지역에 정착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다가 동남 아시아까지 흘러 오게 되었습니다. 레이 차(Lei Cha)는 그런 하카 사람들의 채식 요리입니다. 

 


레이 차(Lei Cha, 擂茶)

 

저는 말레이시아의 많은 음식을 먹어봤습니다. 그러나 '레이 차'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 특별히 채식 요리를 찾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말레이시아 친구가 제가 못 먹어본 말레이시아 음식을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그 음식이 '레이 차'였습니다.

 

레이 차를 처음 먹었을 때부터 이 소박한 음식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불행히도 처음 먹은 레이 차는 조호 주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는 셀랑고 주의 동네에서 '레이 차'를 파는 음식점을 찾아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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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마음에 드는 레이 차를 발견했지만, 처음 먹은 레이 차가 그래도 가장 맛있었습니다. 처음 경험이라서 더 그렇습니다.

 

동네에 있는 레이 차는 양이 조금 더 많지만, 허브 차의 향이 그다지 강하지 않습니다. 만약 레이 차를 처음 먹는다면 동네의 레이 차가 더 좋은 선택입니다. 

 

조호 바루(Johor Bahru)의 레이 차(Lei Cha)

 

아이러니한 점은 처음 레이 차를 먹은 식당이 조호 바루에 있는 '순홧 바쿠테(Shoon Huat Bak Kut Teh)'라는 '바쿠테(Bak Kuh Teh)' 요리점이라는 점입니다.

 

말레이시아 남부와 중부의 바쿠테 비교 글입니다.

 

 

바쿠테(Bak Kut Teh, 肉骨茶), 말레이시아 돼지갈비탕, 비교 체험

바쿠테(Bak Kut Teh), 돼지갈비를 넣어서 갈비탕처럼 만든 국물 요리입니다. 현지 발음은 더 된소리가 나는 형태로 발음합니다. 현지인들은 '빠꿋테'란 식으로 발음합니다. 바쿠테와의 인연은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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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테는 말레이시아의 돼지 갈비탕입니다. 맛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한약 국물에 돼지고기를 먹는 맛입니다. 그러나 이질적인 맛이지만 상당히 맛있습니다.

 

아무튼 바쿠테 요리점에서 바쿠테를 먹어보지 못하고 채식 음식을 먹었습니다. 다음에는 이곳의 바쿠테 요리를 맛볼 생각입니다. 

 

 

레이 차(擂茶)의 한자 의미는 '차를 빻는다'는 뜻입니다. 그 의미처럼 레이 차는 여러가지 차 재료를 포함한 채식 재료가 들어가 있습니다.

 

  • 볶은 땅콩
  • 여러가지 볶은 곡물
  • 튀긴 두부
  • 여러 가지 채소
  • 허브 차
  • 생강, 후추
  • 기타

 

먹는 법은 비빔밥과 비슷합니다. 밥과 채소를 섞어서 비빈 후에 허브 차를 부어서 자작하게 만들어서 먹으면 됩니다.

 

마치 비빔밥의 고추장처럼 허브 차를 취향에 맞춰 조금 넣어주고 국물처럼 마셔도 됩니다. 제가 먹은 레이 차는 밥과 채소가 이미 섞여서 나오기 때문에 허브 차의 양만 조절하면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고추장과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비빔밥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레이 차의 진짜 주인공은 허브 차입니다.

 


허브 차, 맛의 비결

 

처음 허브 차를 보면 그렇게 먹음직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는 레이 차를 처음 보고, '녹색의 국물이라니'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허브 차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당연히 녹색의 국물입니다.

 

아마도 녹차에 이런저런 재료를 넣고 국으로 만들면 이런 느낌일 것입니다. 녹차, 쑥, 민트, 바질, 고수(코리앤더) 등이 들어갑니다.

 

말레이시아 화교와 레이 차를 먹으면, 그들은 허브 차에 대해서 허브 향이 약하다는 평을 합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화교에게 아마도 허브 향이 약한 레이 차가 맛이 없는 허브 차일 것입니다.

 

그래서 레이 차의 가장 큰 맛은 향입니다. 레이 차의 향은 마치 커피의 향처럼, 맛과는 별개의 특징입니다. 레이 차의 향은 각종 허브가 섞인 녹색의 향연 같은 향입니다. 

 

레이 차에 사용하는허브 중에서 고수 향을 싫어하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의 나시 고랭(볶음밥), 미고랭(볶음면), 로티 차나이(인도식 난) 외에 특이한 말레이시아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면 이 하카 음식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FIN

 

말레이시아의 먹거리 이야기를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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